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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글쓰기

2017) 에세이_힘 빼기의 기술 (김하나)


김하나 작가의 책을 보고 있으면, 그 속으로 빨려들어간 것 같은 느낌이다. 언어의 세계가 정말 풍부하여 나도 같은 공간에서 같은 것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이다. 특히 'part2. 먼곳에서' 챕터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때 그런 기분을 많이 느꼈다. 나도 요즘 블로그에 2년 전에 다녀온 유럽여행에 대한 여행일기를 쓰고있는데, 여행을 다니다보면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답고 예쁜 풍경을 볼 때가 종종 있다. 그런것들을 표현할 때 나는 "너무 아름다웠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 예뻤다." 이런식으로 밖에 설명을 못한다면, 김하나 작가는 그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을 다 끌어내어 설명하는 재주가 있다. 정말 대단하면서도 부럽다.



"우리 부부는 30년 넘게 같이 살면서 부부싸움을 한 번도 안했습니더. 비결이 뭔지 압니꺼?" 내가 물음표를 담은 눈으로 쳐다보자 그분은 특유의 새된 목소리로 말했다. "충고를 안 해야 돼. 입이 근질근질해 죽겠어도 충고를 안 해야 되는 거라예. 그런데 살다가 아, 이거는 내가 저 사람을 위해서,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은 꼭 한 번은 얘기를 해줘야 되겠다..... 싶을 때도 충고를 안 해야 돼요."

-> 살면서 나는 얼마나 많은 충고들을 해왔었나 생각해보았다. 나는 그 모든 것들이 다 상대방을 위해서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냥 충고일 뿐이었다. 내가 그 사람 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그런 충고. 나도 듣기 싫어하는 충고를 나는 왜 이리도 많이 하며 살아왔을까. 이제는 정말 충고가 입밖으로 나오려고해도 참아보아야겠다. 참을 수 있을까...?


가진 것이 많아도 더 가지고 싶은 욕심에 마음을 빼앗겨 불행해지고 마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의 말투와 표정은 다른 이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준다. 그것은 탐욕의 얼굴이다. 재산에도, 자식에게도, 다른 관계에서도 탐욕에 사로잡히면 이미 가진 것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게 된다. 그에 반해 가진 것이 많든 적든 정직한 노력으로 버는 돈에 감사할 줄 알고 또 넉넉한 마음과 기분 좋은 미소를 나눠 가질 수 있는 사람이 있다.

-> 탐욕의 얼굴. 설명하지 않아도 뭔가 그려진다. 나에게도 탐욕의 얼굴이 있었을 것이다. 아니 많았을지도 모른다. 현재 나의 상황이 충분히 감사할 일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불만 투성이었던 적이 많이 있었다. 그 때 나의 얼굴은 탐욕의 얼굴이었을것이다. 나는 탐욕의 얼굴을가진 사람이 아니라 현재에 감사하며 다른사람에게 넉넉히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하나, 나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수많은 사람에게서 너무도 많은 도움을 받아왔어. 이제 내가 너에게 그 친절을 돌려주는 거야. 그러니 하나, 너도 여행을 하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만나면 네가 받은 친절을 그 사람에게 돌려줘."
그 후로도 나는 수많은 여행지에서 수많은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때론 작은 보답을 할 수 있었고 감사 편지를 쓴 적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럴 상황이 못 되었다. 그러나 나는 마음의 빛 따위는 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보답은 그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하는 거니까.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고 있다가 도움이 필요한 다른 사람에게 보답하면 되니까. 그렇게 해야 따뜻함의 순환이 생겨나는 것이다.

-> 나는 늘 도움을 받으면 그 사람에게 그대로 갚아줘야 하는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둘 만의 따뜻함이 아닌 따뜻함의 순환이 일어나야 한다. 그렇게 되면 한 사람으로 인한 따뜻함이 멀리 전파될 것이기 때문이다. 2년전, 유럽에 혼자 여행을 갔을 때 만났던 언니도 밥을 사주면서 동일한 말을 했었다.

"나도 여행을 다니면서 많이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이렇게 베풀 수 있는거야, 너도 나한테 고마워 하지말고 여유가 될 때 다른 사람을 도와주면 돼"

그 때 나는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이 이야기를 흘려 들었었다. 하지만 이제서야 그 말이 이해가 간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선행을 베풀다보면 언젠가 따뜻함이 순환되어 모든 사람들에게 퍼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그전에 나부터 먼저 실천해야겠지!


엄마가 스스로 행복하기 때문에 나도 곁에서 행복한 것이다. 엄마는 평생 내게 공부하라는 말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시집 안가냐고 하기보단 "안 외로울 수 있으면 혼자 사는 게 낫다"고 한다. 만약 엄마가 싱글에 불안정한 프리랜서 생활을 하는 나 때문에 걱정을 껴안고 산다면, 나는 엄마를 만날때마다 불행해졌을지도 모른다.

-> 솔직히 이 글을 읽고 저자가 부러웠다. 잔소리를 안하는 엄마가 이 세상에 있다니...!

나도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이런 엄마가 될 수 있을까? 과연 잔소리를 참아가며 아이가 하는 모든 것을 지지해줄 수 있을까? 할 수만 있다면 나도 그런 엄마가 되고 싶다.


그러던 어느 밤이었다. 누군가가 건네준, 지금은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 책을 읽었다. 인생에서 우연이 얼마나 큰 힘을 갖는지를 깨달으려면, 지금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 세 가지를 떠올리고, 그 셋이 어떻게 내 인생에 들어오게 되었는지를 거슬러 올라가보라고 했다. 그때 내가 꼽은 건 나의 고양이 하쿠와 내 제일 친한 친구 황영주와 내가 몸담고 있던 그 모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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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수가. 지금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 세 가지는 모두 문제의 실연으로부터 온 것이었다!

-> 생각해보면 인생에서 우연이 아닌 건 없는 것 같다. 우연이 모여서 필연이된다고 한다. 우연히 가게된 장소에서 배우자를 만나고, 우연히 어떤 책을 읽고 내 사고방식이 바뀌고, 우연히 가게된 모임에서 마음이 통하는 친구를 만나고... 이렇게 대부분의 것들이 우연히 내 인생에 들어와 차츰 나를 변화시키고 있었다. 그만큼 우연은 우리 인생에서 정말 큰 힘을 갖는다.


효자동에 살 때 내가 잘 가던 레스토랑 주인이었던 준은 내가 "아, 고마워" 하면 "너라도 그랬을 거야"라는 말을 잘한다. 이 사람의 세계에서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따뜻하고, 도우려 하고, 선의로 가득할 것이다. 그건 이 사람이 그렇게 믿기 때문이고, 그보다 먼저 스스로가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 때 누구 속에나 있을 선의를 의심했고 말 한 마디 몰랐던 준은 믿은 것이다. 자기가 그럴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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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디킨슨의 이런 시가 있다.
지상에서 천국을 찾지 못한 자는
하늘에서도 천국을 찾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어디로 가든 간에,
천사들이 우리 옆집을 빌리기 때문이다

-> 안 좋은 내용이 잔뜩 있는 기사들 속에서 간혹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사가 나올 때도 있고 선행을 직접 목격할 때가 있다. 이런 것들을 볼 때면 '이런 사람들이 있기때문에 이 세상이 돌아가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보면 이 세상에는 나쁜사람도 많이 있지만 그만큼 착한사람도 정말 많이있다. 내가 먼저 그렇게 믿고 스스로 그런 사람이 된다면 내가 사는 세상은 이야기 속의 준처럼 따뜻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사람들을 신뢰하지 않고, 나조차도 그런 사람이 되지 않는다면 내가 사는 세상은 차갑고 각박할 것이다. 내 마음이 천국이냐 지옥이냐에 따라 내가 사는 세상이 달라진다.


아르헨티나 사람들, 너무 좋다. 내 관점이 며칠 만에 이렇게나 드라마틱하게 변할 줄 몰랐다.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내 태도가 달라지니까 관점이 변해간다.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역시 태도, 행동, 실천이다.

-> 사람들에 대한 나의 태도에 따라 관점이 변한다. 내가 사람들에게 선한 행동이나 선한 말을 하게 된다면 그것을 가장 먼저 듣는 것은 나다. 내가 내뱉은 것이기 때문에 내가 먼저 듣는다. 그래서 내가 내 뱉은 말이 나에게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내가 선한 말을 할수록 더 기분이 좋아지고, 나쁜 말을 할 수록 더 기분이 나빠지는게 이 이유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의 핵심은 '나'인 것 같다. 내가 어떻게 행동하고 말을 하느냐에 따라서 나의 관점이 변해가는 것이다.


크리스천 슬레이터가 나오는 <미스터 플라워>란 영화에 이런 대사가 있다.
"내가 꽃 배달을 좋아하는 건, 꽃을 받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는 게 좋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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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저녁 식사는 유독 더 맛있었는데, 요리가 달라진 게 아니라 꽃을 전해드린 우리가 그저 더 행복해져버렸기 때문일 거다.

-> 나도 직업이 플로리스트라 꽃을 전해줄 때가 많이 있다. 꽃다발은 받는 사람의 표정도 좋지만 꽃다발을 사는 사람들의 표정에도 기대감과 기쁨이 있다. 선물은 받는사람도 좋지만 주는사람에게도 기쁨이 크다고 하는데 행복한 얼굴을 보기때문에 기쁨이 큰 것이아닌가하는 생각이든다. 나도 내가 모르는사이 사람들이 기뻐하는 표정에 중독되어 힘들지만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음이 따뜻한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이 세상이 서로 사랑하고 기뻐하는 따뜻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부터 먼저 선행을 베풀고 따뜻한 사람이 된다면 차츰차츰 퍼져나가 이 세상이 사랑이 가득한 아름다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